미디어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평면적인 분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고민에서 T.O.M(Talks On Media)을 시작합니다. 조금은 깊고, 조금은 넓게 말이죠.
첫 호는스카이댄스가 파라마운트를 인수하자마자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WBD)를 인수한 이야기를 하나씩 다루려고 합니다. 인수전은 누가 무엇을 왜라는 세개의 질문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이 대목에서 오늘은 '누가'에 해당하는 글입니다.
바로 스카이댄스의 수장인 데이비드 엘리슨(David Ellison)입니다. 13세때 이미 곡예 비행을 했던 데이비드입니다. USC를 자퇴한 후, 첫 영화도 비행기와 관련있었고, 첫 회사도 곡예비행을 의미하는 스카이댄스(Skydance)입니다.
오라클을 세운 래리 엘리슨의 아들이 지난 15년동안 스카이댄스를 통해 제작현장의 변화를 이끌더니, 이제는 파라마운트와 WBD를 인수하는 대범한 결정을 했으니, 과거와는 다른 의미를 읽어야 하지 않을까요?
#1. 헐리우드를 삼킨 '오만한 도련님'의 집요한 설계
1) 엘리슨 가문의 '제1언어', 비즈니스
데이비드는 세계 5위권 부호인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의 아들입니다. 래리는 아들에게 동화책 대신 오라클의 전략 보고서를 읽게 했고, 저녁 식사 자리는 늘 전략 회의장이었습니다. 데이비드에게 비즈니스는 '제1언어(Native Language)'와 같았습니다.
그는 단순한 영화광을 넘어 '하이엔드 테크 너드'였습니다. 13세에 곡예비행 자격증을 따며 체득한 기계적 메커니즘에 대한 집착은, 훗날 <탑건: 매버릭> 제작 시 실제 비행 데이터와 안면 근육 변화를 기록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2) 스티브 잡스의 유산: "IP를 소유하라"
데이비드에게 '스티브 삼촌'이었던 스티브 잡스는 운영 철학을 전수했습니다. 잡스는 "단순히 돈을 대는 서비스 업자가 되지 마라. IP를 소유하고 통제하는 자만이 최후의 승자가 된다"고 냉혹하게 충고했습니다. 이 조언은 훗날 스카이댄스가 파라마운트와 협상할 때 제작비 50%를 내는 대신 지식재산권(IP)의 50%를 확보하는 전략적 기반이 되었습니다.
3) 6,000만 달러짜리 실패와 각성
23세의 데이비드는 직접 주연까지 맡은 영화 <라파예트>로 할리우드에 데뷔했지만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그는 기술적 리얼리티에만 매몰되어 관객이 원하는 '감정'을 놓쳤습니다.하지만 그는 자신의 부족함을 즉시 인정했습니다. 배우의 꿈을 접고 오라클의 재무 전문가들로부터 '할리우드 회계'의 허점을 파헤치는 트레이닝을 받았습니다. 예술이 아닌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4) 스카이댄스, 기술로 문법을 바꾸다
2010년 설립된 스카이댄스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대성공으로 입지를 굳혔습니다. 이후 오라클의 클라우드 기술(OCI)을 도입해 전 세계 애니메이터들이 실시간으로 협업하는 '가상 스튜디오'를 구축했습니다. <탑건: 매버릭>의 2조 원 수익은 그가 추구해 온 '기술과 리버럴 아츠(Liberal Arts)의 융합'이 정점에 달한 결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