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할리우드의 집요한 설계: 사람을 '강화'하는 기술
미디어 사업자가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적용해야 할까요? 인건비 비중이 높은 미디어 사업은 AI로 사람을 대체하는 전략을 쓰거나, AI로 사람을 강화하는 전략을 쓰는 것으로 구분됩니다. 우리는 100% AI를 목표를 내세우는 사업자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반면에, 할리우드는 강화쪽에 방점을 찍었죠? 이 전략이 10년 뒤에 어떤 구체적인 결과로 이어질까요?
1) 대체(Replace)가 아닌 강화(Augment)의 전략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AI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용도를 명확히 정의했을 뿐입니다. 넷플릭스의 테드 사란도스는 AI를 "진짜 사람들이 더 좋은 도구로 진짜 작업을 하는 것"이라 정의하며, VFX 후처리나 현지화 자막 등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공정에 AI를 배치했습니다. 시나리오와 연기 같은 창의성의 핵심 영역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겨두었습니다.
2) IP 소유와 예술을 위한 기술
스카이댄스의 데이비드 엘리슨은 "기술은 언제나 예술을 위해 존재한다"는 철학 아래 오라클 클라우드 기술을 제작 워크플로우에 이식했습니다. 이는 창작자를 대체하기 위함이 아니라, 전 세계 아티스트들이 실시간으로 협업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비용은 낮추고 창의력의 밀도는 높이기 위함이었습니다.
2. 한국의 위험한 실험: '1인 생산 체제'라는 함정
1) 뼈를 갈아 넣은 AI 고전, 그 뒤에 사라진 이름들최근 국내에서는 AI만으로 완성된 영상 제작 교육이 활발합니다. EBS의 <AI 고전 100선>은 기술적 성취를 보여주었지만, 크레디트에서 작가와 출연자의 자리는 '스토리 크리에이터'와 '원고 감수'로 대체되었습니다. 당장의 제작비는 절감될지 모르나, 이는 집단적 창작의 즐거움과 숙련된 창작자의 양성 생태계를 위협하는 양날의 검입니다.
2) '유튜버'가 되어가는 PD들의 소리 없는 비명
공중파의 악화된 여건과 AI 가점 중심의 지원 사업은 PD들을 1인 제작 환경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기획부터 편집, AI 내레이션까지 혼자 감당하는 구조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실상은 구조적 압박에 의한 적응에 가깝습니다. 인간의 삶이 녹아든 정서적 밀도를 AI가 흉내 낼 수 없다면, 10년 뒤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3. 기술이 아닌 '사람'으로 연대하라
할리우드가 AI의 공세 속에서도 원칙을 세울 수 있었던 건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창작자들이 한목소리로 연대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도 저작권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방어적 태도를 넘어 'AI 시대의 창작 생태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능동적인 비전을 공유해야 합니다. AI는 생태계를 대체하는 포식자가 아니라, 생태계를 더 풍요롭게 할 도구여야 합니다.
이번 글의 Keyword는 "레거시 사업자의 AI 도입이 마치 유튜브화를 독려하는 것 같다"로 요약할 수 있을 겁니다. |